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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 등에 따르면 최근 남성에 비해 1.5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여성이 평균수명(84세)까지 생존할 경우 3명 중 1명은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성암 환자의 증가는 여성성 상실에 따른 우울증 발생이나 출산 문제 등 심각한 가정 및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주고 있다.
특히 유방암 환자는 서구 여러나라와 비교할 때 계속적인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의학계는 유방암 환자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우리나라 여성 10명 중 1명꼴로 일생동안 유방암에 노출될 것이다.
한국의 유방암은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에서 가장 발생율이 높다. 즉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하고 시부모 봉양하고 이제 살만 하니까 걸리는 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방암 수술 후 정기 검사하러 온 60대 초반 환자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선생님, 비싸도 괜찮으니까 좋은 검사 있으면 다 해주시고요.
몸에 좋은 약이나 비타민 있으면 다 처방해 주세요.” 이 환자는 3년 전 유방 전절제술과 6개월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잘 나아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먹을 것 안 먹고 좋은 옷 안 사고 뼈 빠지게 뒷바라지했더니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내요. 이제는 날 위해 살려고 해요. 정말 화가 나요.” 어떤 환자는 병원을 따라온 남편보다 먼저 진료실에 들어와 “선생님, 내 병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거라고 남편에게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젠 가족들이 환자 취급도 안하고 그전에속 썩이던 짓을 그대로 해요”라는 하소연도 진료실에서 적지 않게 환자들에게 듣는 말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여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방에 대한 수술과 항암치료 및 장기간의호르몬 차단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통하여 폐경증상, 탈모, 관절통 등의 신체적 증상과 함께 여성성 상실 감에 따른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곤 한다. 이혼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운동치료와 심리상담을 한다. 이런 심리치료에는 가족의 협조가 중요하다. 특히 배우자의 태도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왠지 모르게 위축된 마음을 가진 상황에서 남편의 소홀한 태도나 외도는 암충격보다 더 큰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한다.
병원에 올 때마다 항상 남편과 사이좋게 함께 오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표정이 밝다. 항상 동행하지는 못해도 남편이 가끔 시간 내서 아내의 상태를 직접 문의하는 환자들의 모습도 왠지 모르게 밝아 보인다. 표정이 밝으면 건강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면역력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50대 환자가 묻는다. “선생님, 일 다시 시작했어요. 괜찮죠?”
“물론이죠.”
“저 좋아 보이지 않아요?”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예뻐지시고.”
“저요, 암 걸리기 전보다 운동도 많이 하고요, 암센터에서 강좌 하는 해피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 식이요법도 배우고요, 노래 교실도 다녀요.” 긍정적인 생각과 새로이 즐거운 일을 시작한 이 환자는 항상 멋진 옷차림으로 병원을 찾고, 구릿빛 피부에 환한 미소가 언제나 묻어 있다.
여성암은 단순한 신체적 질병이 아니다. 상실감과 우울증, 무력감 그로인한 가정 및 사회적으로 문제가 도래 될 수 있다. 그래서 심리치료와 더불어 치료 후 삶의 의미를 부여 하고 활력을 줄수 있는 동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른바 여성암환자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감성적 토탈 케어가 필요한 이유다.
여성암 치료 후 정기검사를 받는 환자 중에는 활기가 넘치고 외모가 몰라보게 근사해진 분들이 많다. 그들은 암에 걸리기 전의 생활과 식이 습관을 개선하고 가족의 이해와 더불어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정기검사에서도 결과가 좋게 나온다.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건강하다.
암을 인생의 끝이 아닌 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여성암 환자들은 힘이 넘쳐 보인다. 브라보!
<가천대 길병원 여성암 센터장 박흥규 교수>